고대인의 우주관

 

요사이 우리들은 첨단 과학의 발전에 따라 그 연구 결과를 쫒는 일들에 다급해진 나머지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완전히 풀리지 않은 우주 창생의 수수께끼는 미래의 과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한번 옛 조상들이 구상한 우주관에 눈을 돌려보자. 여기엔 아름다운 낭만이 있고 무엇인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지금으로부터 약 4500년 전, 티베트에서 출발하여 파키스탄을 지나 아리비아해로 흐르는 인더스 강 유역의 계곡을 따라, 하나의 문명이 싹트고 있었다. 현재의 인도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그 당시 인도인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 그네들이 살고 있는 우주에 대한 상상의 꿈을 하염없이 가졌을 것이다. 당시의 사고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었던 우주 세계는 다음과 같은 그림이었다. 



엄청나게 큰 코브라 위에 거북이가 올라 타있고 그 위에 세 마리의 코끼리가 인도를 중심으로 바다에 둘려 싸인 원반 모양의 대륙을 떠받치고 있으며, 다시 그 위를 네 마리의 코끼리가 올라 타 있으며 그 위의 주변에 태양, 달, 별이 돌고 있다. 그 위엔 신의 세계가 존재한다.

시대는 다시 흘러 3000년 전에 이르렀을 때, 인도의 초기 문명을 이끈 성전인 '리그베다 (Rig-Veda)'의 하나인 '비슈누 플라나(Vishunu Plana)'는 우주 창생까지 설명하고 있다. 놀랍게도 현대 우주론의 토대로 되어 있는 빅뱅 이론에 등장하는 우주란(宇宙卵)의 개념이 여기에 벌써 도입되어 있다. 

이 성전은 우주 창생의 이야기를 우주 속에 숨어있는 거대한 우주란부터 시작한다. 이것은 브라흐마(Brahuma) 신의 알갱이인 브라후만다(Brahumanda)라 부르며, 그 속엔 상하로 7계층, 평면으로는 동심원을 그리며 존재하는 7대륙이 있다. 그 곳엔 우리들이 생활하는 대지 그리고 태양, 달, 별이 운행하는 천계(天界)와 성인의 수행 장소인 성계(聖界)가 존재한다.

그 외곽엔 물이 있어 우주란을 적시며 흐르고 있고, 그 주위를 다시 불, 바람 등의 순서로 둘러싸고 있으며, 그 가장 바깥 부분에 근본원질(根本原質)인 플락크리티(Pracrity)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이 우주엔 이러한 우주관이 무수히 존재한다.

다음에 이어지는 불교의 우주관은 또 어떤 것일까? 바라몬(Baramon)교가 지배하고 있던 고대 인도에 있어서 불교는 약 2500년 전에 이단의 종교로 탄생했지만, 그 후 아쇼카왕이 서민의 대학살을 감행한 뒤 고민스러워 불교에 귀의함에 따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불교는 우리들이 잘 아는 바와 같이 소승과 대승불교로 나눠진다.

소승불교는 불교가 여러 가지 분파로 분열했던 옛날 시기에 생겨났었지만, 대승불교는 아쇼카왕이 죽은 뒤, 서북인도가 그리스인, 사카(Saka)족, 팔치아(Palchia)족, 쿠샤나(Kushana)족의 외국인 세력에 들어가면서 일으켜진 종교이다. 그러나 기원 400년에 이르러, 구푸타(Guputa) 왕조 시대로 된 때부터 바라몬교가 부흥하여 외국 세력을 구축하고 난 시점에서, 불교도 쫒겨났고 남은 것도 바라몬교가 변신하여 생긴 힌두교로 동화되고 말았다.

그리고 소승불교는 동남아시아로 건너갔다. 불교의 우주관은 소승과 대승에선 그 사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소승의 우주는 이른바 '수미산 세계'이며, 대승의 우주는 화엄경의 경전인 화염 세계 품(品) 속에 전형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것이 '대연화(大蓮華) 세계'인 것이다. 우선, 소승의 '수미산 세계'를 들여다보자. 



오른쪽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간에 대풍륜(大風輪)이 떠 있다. 이것을 높이가 160만 유순(由旬), 둘레가 1059만 유순이 되는 원통이다. 여기에서 유순이란, 길이의 단위로서 인도에선 여정을 표시하는데 사용했었다. 범어에선 'yojana'라고 말한다. 1유순은 황소가 하루 종일 걸어가는 거리인데, 대체로 60~70킬로미터로 생각된다.

이 풍륜위에 수륜(水輪)이 서 있고, 그 상층부엔 금륜(金輪)으로 이어진다. 금륜은 바다로 채워져 있으며 동서남북으로 4개의 대륙이 자리 잡고 있다. 동쪽의 것을 승신주(勝身州), 서쪽의 것을 구타니주, 남쪽은 첨부주(瞻部州), 북쪽의 것에 구로주(俱盧州)란 이름이 붙어 있다. 금륜의 주변은 철위산이란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고, 바닷물이 유출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다.

이 4개의 대륙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 중에 남쪽 대륙인 첨부주가 우리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한다. 지하엔 지옥의 세계가 있다. 바다의 중앙에 7겹으로 되어 있는 산맥이 서고 그 중심에 수미산이 우뚝 솟아있다. 이 수미산의 정상엔 제석천(帝釋天)을 수령으로 하는 33천(天)의 신들이 살고 있다. 태양과 달 그리고 별들은 수미산 중턱을 수평으로 끼고 돈다. 수미산 위쪽의 공중은 4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시 그 위에 색계(色界)란 물질계(物質界)의 천(天)이 여러 층으로 덮고 있으며, 또 그 위엔 무색계(無色界)가 있고, 최종적으로 다시 그 위에 불계(佛界)가 있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거대한 풍륜과 수미산, 그리고 이들을 몽땅 합한 구조를 소승우주는 '1세계'라 부른다. 우주엔 이런 '세계'가 더 많이 존재하며 1000개의 세계를 모은 것을 '소세계(小世界)'라 부른다. 다시 이 소세계를 100개 뭉친 것을 '중세계' 그리고 1000개의 중세계를 합친 것을 '대세계'라 부른다. 

이렇게 되면, 이 우주속의 세계의 총수는 1000개의 세제곱, 즉 10003개(10억 개)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현대의 천문학에서 화제가 되어있는 우주구조가 국부은하군이 여러 개 모여서 보다 큰 국부은하군을 형성하고 있으며, 다시 그 큰 국부은하계가 모여서 보다 더 큰 국부은하군단을 구성하고 있다는 발견을 한 것과는 같은 개념이 아닌가 말이다. 1600년 전 그네들이 가졌던 상상력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대승교의 '대연화세계'는 또 어떤 우주인 것일까? 소승의 세계관과 대승의 세계관은 "불(佛)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로써 갈라진다. 소승에선 '불'이란 역사적 실존의 인물이며, 그가 열반에 들어 선 지금은, 이 세상에는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니까, 그 불탑은 '불의 묘'와도 같은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대승에서는 서민들이 참배하는 불탑은 하나의 신전이며, '불'은 그 속에 영생하고 있다고 본다. '불'이 죽은 뒤에 너무나도 오랜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역사적 사실로서의 감각이 없어지고, 신격화되어 '물'은 그대로 우주와 동의어가 되어버려, 대승에선 '불'은 전 세계에 퍼져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법화경이 풀이하는 점이며, 화엄교에 이르러 다수의 '불'이 동시에 우주 전역에 존재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림을 보자.

 

이것이 화엄경전의 우주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풍륜이 깔려있다. 그 수는 수미산을 분쇄했을 때에 가루로 변한 모래알의 수만큼이나 된다고 한다. 가장 밑바닥에 자리 잡은 풍륜을 평등주(平等住)라고 한다. 이들 풍륜의 최상단부를 수승위광장(殊勝威光藏)이라 부르며, 그 위에 대연화가 꽃피어 있다.

그 꽃엔 감미한 꿀로 가득 차 있다. 대연화 주변을 둘러싸있는 화변들은 대륜위산봉(大輪圍山峰)들이다. 대연화의 중앙에 있는 화탁(花托)은 화엄세계의 대지이며 금강(金剛)으로 만들어져 있다. 화탁위엔 구멍이 많이 나있고 그 하나하나가 향수해(香水海)를 이루고 있는데, 그 수는 또한 불국토(佛國土)를 가루로 분쇄했을 때에 만들어진 모래알의 수와도 같다고 한다. 이들 향수해엔 많은 향수강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소승과 대승의 우주엔 계속하여 '무한의 수'란 표현이 나온다. 이들 불전(佛典)을 저술한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무한한 수를 '不可說佛刹微塵數(불가설불찰미진수)'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속의 별의 수는 이 보다도 더 많다는 것을 그네들은 이해하고 있었을 것일까? 

다음은 우리의 눈을 서양 쪽으로 돌려보자. 서양 문화를 대표할 만큼 발전한 그리스도교가 처음 착상한 우주관의 원형은 고대 유태인들의 머리 속에서 형성되었다. 기원전 590년 쯤 되는 때에, 바빌로니아의 왕이었던 네브카드네자르(Nebkadnejahr)가 서쪽으로 진군하여 유태인의 수도였던 예루살렘을 함락시키고, 유태인의 거의 모두를 포로로 잡아 바빌로니아로 연행하여 노예로 삼았던 사건이 발생하였다. 

고대 유태인이란 이 바빌로니아 포수 사건 이전의 시기의 사람들을 말하지만, 그 당시 이들이 갖고 있던 지리적 지식이란 동서남북 약 3000킬로미터 사방의 지역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즉, 동쪽은 페르시아, 서쪽은 그리스, 다해도, 이집트와 리비아, 남쪽은 에티오피아 그리고 북쪽은 가프가시아 정도의 지식밖엔 없었고, 이탈리아 반도나, 아프리카 대륙들은 모르고 있었고, 바다도 지중해, 홍해와 사해밖엔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러한 원시적인 지리학의 지식을 토대로 하여 고대 유태인의 우주관은 만들어졌다. 그 이후,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형태도 변하여 구약성경에서 보는 우주 구조로 된 갓이었다. 우선, 구약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이 천지창조를 하셨고, 첫날에 "'빛'이 있으라" 하시며 밝은 빛을 낮으로, 어두움을 밤으로 가르시고, 하늘과 땅을 만드신 것은 이튿날이었다.

셋째 날에는 땅에 풀과 열매를 맺는 풀과 나무를 만드셨고, 넷째 날에는 큰 광명을 낮으로, 작은 광명을 밤으로 하신 후에, 다섯째 되는 날엔 그 땅위에 새와 생물을, 물속엔 고기들이 살게 하셨으며, 여섯째 날엔 여러 짐승과 하나님 모습을 닮은 인간도 창조하시고 살게 하신 뒤에, 모두가 만족스러워 일곱째 되는 날엔 하나님이 안식을 취하셨다고 한다.



그 당시의 창세기를 엮어낸 사람들의 착상으로서는 최고의 작품이 아닐 수가 없었다. 오늘날의 과학이 알아낸 우주 진화의 과정을 살펴 비교해도 큰 줄거리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주 창조의 개념일 뿐이며 그 형상은 또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을까? 유명한 이탈리아의 밀라노 천문대 대장이었던 샤파렐리(Schiaparelli)가 1890년, 고대 유태인의 우주관에 관한 연구 결과를 오른쪽 그림과 같이 발표했다.

이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육상의 여러 나라를 포함하는 대지는 전체적으로는 평탄하지만 국부적으로는 산, 계곡, 강 등에 의한 변화가 있고, 육지의 주변은 바다로 둘러 싸여 있다. 그 지상 세계는 원형이며, 중앙엔 팔레스티나가 있고, 다시 그 중심부에 예루살렘이 있다고 유태인들은 믿었다. 그 증거로 구약성경의 에스겔 제5장 5절엔 "주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이것이 곧 예루살렘이라. 내가 그를 이방인 가운데 두어 열방으로 둘러 있게 하였거늘"이라고 적혀 있다. 우주는 높은 영역과 낮은 영역으로 나눠져 있으며, 원형의 평탄한 지상시계가 이 두 부분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하늘은 원형지상세계 주변을 경계로 하여 그 위를 덮고 있는 둥근 공의 절반 모양을 한 천정이며, 이것이 바로 우주의 높이의 한계이다. 이 위에서 태양, 달이며 별들이 운행한다. 신 여호와의 옥좌는 하늘의 최고 부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아야 제40장 22절에 "그는 땅 위 궁창에 앉으시니 땅의 거민들은 메뚜기 같으니라. 그가 하늘을 차일(遮日) 같이 펴셨으니 거할 천막같이 베푸셨고"라고 기록되어 있다. 

유태인의 우주관엔, 지학(地學) 및 기상학의 아이디어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지하, 해양, 지상에 걸친 물의 순환이라던가 하늘의 물과 비와의 관계에도 많이 언급하고 있다. 그 예를 하나만 들자면, 시편 제33장 7절엔 "그가 바닷물을 모아 무더기 같이 쌓으시며 깊은 물을 곳간에 두시로다"라고 하셨단다. 이렇게 구약성경 내용은 원시적인 표현으로 하나님의 절대성에 따르는 우주창조와 그 형상을 그렸지만 이 얼마나 낭만적인 것인가. 이를 신봉하는 기독교인들에게 확고한 믿음의 기반을 닦아주고, 보람 있는 생활과 행복한 천국이 있음을 시사하는 점에서, 구약성경의 우주관은 위대한 금자탑 역할을 영원히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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